내 손으로 직접 정책을 ‘디자인’한다: 정부 3.0 국민디자인단

내 손으로 직접 정책을 ‘디자인’한다: 정부 3.0 국민디자인단


너희들이 국민의 마음을 아느냐

 

듣고 말하기에 어려움을 겪는 청각장애인이 사는 집에 불이 났다면 그는 어떻게 도움을 청해야 할까. 실제로 지난 2월, 전북 남원에서 혼자 사는 청각장애인 구경모 씨의 집에 불이 났다. 이웃 주민의 도움으로 구조가 되긴 했지만, 구씨에게 119는 있으나마나한 서비스였다. 청각장애인 역시 공공서비스의 수혜자인 ‘국민’에 속하는 사람들인데도 말이다.

 

인도에 보도블록이 파손되어 있거나 산책로 위에 떨어진 고사목 가지가 보행을 방해하는 등, 사고 위험이 높은 길을 걸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불편하긴 해도, 막상 신고를 하려고 하면 절차도 복잡하고 귀찮아서 선뜻 행동에 나서기가 쉽지 않다.

 

가끔은 누구나 ‘국민을 위한 서비스’에 정작 수혜 당사자인 ‘국민’이 없는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여전히 공공서비스는 대부분 서비스 제공자나 ‘다수’의 사람들에 초점을 맞춰 만들어지고 움직이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수요자의 눈높이에서, 그들의 경험을 통해 다시 정책을 바라보려는 시도가 주목받고 있다. 2014년, 안전행정부(현 행정자치부)·산업통상자원부가 주최하고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주관하며, 각 정부부처 및 관련 공공기관과 10개 서비스디자인 기업이 참여한 ‘국민 중심의 서비스 정부 실현을 위한 정부3.0 브랜드과제 국민디자인단 활동’(이하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이 대표적이다.

 

공무원이 일방적으로 정책을 만들어 국민에게 지키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국민을 위한, 국민에 의한’ 정책을 국민과 함께 ‘디자인하겠다’는 목표로, 중앙부처의  20개 대표 정책별로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이 구성되어, 정책공급자와 수요자가 함께 정책을 기획하고 서비스내용을 재설계하는 등의 성과를 이루었다.

 

정부3.0 국민디자인단 활동을 통해 구씨 같은 장애인들은 물론이고 노약자와 이주여성까지 포함한 재난 취약 계층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만들어졌다. 바로 전라북도의 ‘재난 취약계층 119 간편 신고 서비스’다. 이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면 화재나 질병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형별 음성이 탑재된 전화기 단축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신고를 할 수 있다. 전라북도는 지난해 말 도내 700여 가구에 간편신고 전화기를 설치했고, 지속적으로 서비스 범위를 확대할 예정이다.

 

또한 정부3.0 국민디자인단 활동의 결과로 작년 12월 생활 속 작은 불편과 안전 문제를 국민이 쉽게 신고할 수 있도록 ‘안전신문고 포털(www.safepeople.go.kr)’이 만들어졌고, 지난 2월에는 핸드폰으로 바로바로 신고할 수 있도록 같은 이름의 애플리케이션도 제작되었다. 올해 4월 현재 1만여 건의 불편 사항이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되었다고 한다. 정부3.0을 통한 ‘수요자 중심의 정책 시대’가 조금씩 열리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 공공서비스 혁신의 주역으로

 

사용자 중심 사회가 도래하면서 공공부문 역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럼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하나. 해결사 역할을 맡은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2005년 미국 국세청(IRS)은 부정적인 이미지를 걷어낸 새로운 세금징수 시스템 개선 프로젝트를 디자인 전문가인 카네기멜런 디자인스쿨의 리처드 뷰캐넌 교수에게 맡겼다. 의아해하는 사람들을 향해 뷰캐넌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인이 가장 싫어하는 정부 부처는 IRS다. 세금징수가 행정편의적 발상에 따라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지는 데다, 세무조사도 납세자를 범인 취급하는 분위기에서 시행되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세금을 자발적으로 즐겁게 내게 하려면 행정•경영적인 차원에서 접근하기보다 아름다움과 실용성을 추구하는 디자인이론과 방법을 도입해야 한다.”(<조선일보> 2007.10.5.)

 

‘세금을 잘 거두는 것’이라는 목표는 같지만, 이전과 접근 방법을 전혀 다르게 한 것이다. 생산자 중심 사회가 생산성, 효율성을 중요시했다면, 사용자 중심 사회에서는 인간의 경험, 심리, 감성, 욕구 같은 것이 더 중요하다. 법, 규제, 제도, 기술만으로는 사용자들의 자발적인 행동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다. 애초에 사용자의 시각에서 문제를 다시 바라보고, 그들의 경험과 욕구를 이해하면서 근본적인 해답을 찾는 것. 이것이 바로 디자인적 사고(design thinking)의 핵심이다. 그리고 이런 사용자 중심의 디자인적 사고를 통해 서비스를 개선하는 것이 요즘 주목받고 있는 서비스디자인 분야이다. 이 새로운 디자인은 단순한 포장 기술이 아닌 새로운 ‘생각’이자, 새로운 ‘문제 해결 도구’다.


정책 디자인, 국민의 손으로

 

박근혜 정부의 새로운 정부 운영 패러다임을 의미하는 ‘정부3.0’의 가장 큰 목표는 ‘국민이 주인 되는 정부 구현’이다. 이를 위해 정부3.0은 공공정보를 개방하고 공유하며, 부처 간 칸막이를 없애 소통과 협력을 도모하고, 국민 개개인에 대해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며, 국민과 원활한 쌍방향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노력할 것을 천명했다. 이것은 사용자의 욕구와 경험에서 출발하며, 구체적인 맥락에 맞는 해결책을 찾으며, 여러 이해당사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다양한 전문 분야의 통합과 융합을 꾀하는 서비스디자인의 핵심과 정확히 중첩된다.

 

2014년 정부3.0은 의미 있는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을 출범시킨 것이다. 공공서비스의 수요자인 국민이 직접 공공서비스를 ‘디자인’하는데 참여해 그들의 경험과 욕구를 반영한 만족도 높은 공공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국민디자인단의 주요 목표다.

 

정부3.0 국민디자인단에 참여한 사람들은 약 170여 명. 주부, 대학생 같은 일반 시민을 비롯해 디자이너, 공무원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포함되었으며, 팀당 7명 내외 총 19개 팀이 만들어져 각 정부부처의 19개 정책과제에 대한 해결책을 도출했다. 지금까지 공공영역의 의사결정은 전문가와 담당 공무원들이 어느 정도 ‘그림’을 만들고 난 후, 실행 직전에 공청회 같은 형식으로 국민들에게 간단히 의사를 묻거나, 캠페인을 통해 대국민 홍보를 하는 형식으로 주로 진행되었다. 하지만 국민디자인단 활동의 경우, 국민들이 직접 참여해 생활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개선 아이디어를 냈고, 그것이 다양한 공공서비스에 반영되었다. ‘일하는 방식’의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 것이다.

 

정부3.0 국민디자인단 활동은 2014년 5월부터 7월까지 약 6주 동안 이루어졌다. 짧은 기간에 첫 시도라는 점 등을 감안해야겠지만,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이 공공부문과 만났을 때 어떤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지를 보여준 의미 있는 사건임은 틀림없다. 정부3.0 국민디자인단 공식 활동이 마무리된 뒤, 7월 9일 최종발표회에서 개선안을 도출한 19개의 과제 중 15개의 정책이 공유되고 현장심사와 투표를 통해 시상도 이루어졌다. 최우수 사례로는 광주광역시의 동네환경공동체 조성을 위한 ‘多가치 Green 서비스’가 뽑혔다. 실시간으로 각종 환경정보를 제공하고, 주민들이 참여해 도시 환경문제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사회적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사업이다. 이밖에도 정부3.0 홈페이지(www.gov30.go.kr)에서 우수사례 20건을 살펴볼 수 있다.

 

 

서비스디자인, 어떤 과정으로 진행되나

 

요즘 슬슬 다시 직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전업주부인 한아름(34) 씨. 하지만 소득 수준에 맞게 아이를 어디에 맡겨야 할지가 가장 큰 고민이다. 한아름 씨처럼 일·가정을 양립하려는 여성을 위한 다양한 제도가 있다고는 하는데, 어디서부터 무엇을 찾아야 할지 난감하다. “네이버에서 관련 검색어를 넣고 무작정 검색하거나, 산부인과나 은행에 볼일 있어서 갔을 때 정보를 듣기는 해요. 하지만 이게 나에게 맞는 것인지 알기가 어렵죠. 누군가 알려주어서 여성가족부에서 만들었다는 ‘일·가정 톡톡’ 애플리케이션을 발견했지만, 나에게 필요한 지원 제도를 찾으려면 또 따로 검색을 해야 하고, 신청 자격이 되는지 확인하려면 결국 관련 기관에 전화를 해야 합니다. 구비 서류의 종류도 많은데, 이 역시 준비하는 과정이 만만치가 않아요.”

 

한아름 씨와 같은 고민을 하고 있는 여성들이 굉장히 많다. 하지만 그들은 하나같이 각종 지원제도의 존재 자체를 잘 모른다. 2014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은 이러한 여성들을 위한 공공서비스 개발 프로젝트를 과제 중 하나로 선택했다.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은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을 사용해 어떻게 이 프로젝트에 대한 수요자 중심의 해결책을 찾아냈을까. 여성가족부(이하 여가부)의 ‘일·가정 양립 맞춤형 수혜정보 제공’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어떻게 국민의 아이디어가 디자인적 방법론을 통해 정책에 반영되는지 그 과정을 살펴보도록 하자.

 

일·가정 양립 관련 다양한 정책 정보를 국민이 보다 편리하고 효율적으로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한 ‘일·가정톡톡앱’이 이미 개발되어 있다. 이번 프로젝트의 과제는 서비스디자인 방법론으로 기존 앱의 단점을 보완·개선하는 것이었다.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이라 불리는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⓵ 수요자 경험조사를 통해 가능한 한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는다.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을 두고 폭넓게 수집한 정보들을 가지고 ⓶ 문제점에 대한 정의를 내리는 수요자 경험분석을 시도한다. 그 후 이를 바탕으로 다시 다양한 ⓷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를 끌어낸 후, 최종적으로 ⓸ 실제 적용 가능하고 우선 적용되어야 할 핵심 아이디어를 정리해 서비스 개선안을 제안하는 순으로 이루어진다.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는 아이디어의 ‘확산-수렴-확산-수렴’의 과정으로 진행되는 ‘더블 다이아몬드 모델’이라 불리는 단계를 거쳐 진행된다.


 

⓵ Discover : 수요자 경험조사

 

서비스디자인의 첫 번째 단계는 데스크 리서치, 설문조사, 심층면접 인터뷰 등을 통해 무엇이 문제인지를 발견하는 것이다. 일·가정 양립 관련 지원제도에 관심 있는 여성과 지원제도를 신청한 경험이 있는 여성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심층 면접 인터뷰도 진행했다. 이 과정을 통해 일·가정톡톡앱의 문제점이 하나둘 드러났다.

 

가장 큰 문제는 홍보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아 정작 이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야 하는 여성이 이 앱의 존재를 모른다는 것이었다. 관련 부처의 다양한 지원제도 정보를 한곳에 모아둔 애플리케이션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의 여성은 포털 사이트에서 일일이 검색하거나 지인 또는 카페 회원들에게 물어물어 정보를 얻고 있었다.

 

두 번째 문제는 현재 내 상태에 맞는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모든 정보가 한군데에 모여 있기는 하나, 부처별로 업데이트한 정보가 단순히 순서대로 나열된다. 그래서 지원제도의 이름을 정확하게 알고 있지 않으면,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시간을 들여 일일이 모든 페이지에 들어가서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지원제도 내용과 제출서류 리스트, 관계부처 사이트 링크만 간단하게 공지되어있기 때문에, 막상 신청하려 해도 관련 서류를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어디에 어떻게 제출할 수 있는지 등의 상세한 내용을 알기 어렵다. 결국 인터넷이나 해당 부처 콜센터를 통해 담당 공무원의 연락처를 파악하고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최종 확인을 한 이후에야 신청서류를 준비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렇게 반복되고 복잡한 정보 습득과정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기존 일·가정톡톡앱의 문제점을 발견하기 위해 수요자, 공무원, 서비스디자이너 등 이해관계 당사자가 모여   사전 정보 수집과 수요자 조사를 진행했다. 


기존 애플리케이션에서는 관련 부처별로 업데이트한 정보가 단순 링크될 뿐이어서 원하는 정보를 찾는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또한, 다른 사람에게 정보를 공유할 때도 그저 해당 페이지 링크만 전달하는 방식이어서 애플리케이션의 존재를 전혀 알리지 못했다.

 

⓶ Define : 수요자 경험분석

 

다음 단계는 수요자의 시선으로 발견한 문제를 명확히 규정하기 위해 페르소나(Persona)를 정의하고 경험여정맵(고객여정맵, Customer Journey Map)을 만들어, 주요 문제점을 정리해 서비스 방향성을 도출하는 단계다.

 

페르소나는 ‘다양한 수요자들의 대표적인 특성과 요구사항을 구체적 실체가 있는 특정인으로 의인화하는 것’을 말한다. 그래야 수요자를 좀 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상으로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과제의 경우 페르소나가 ‘남편과 네 살 아들을 둔 부부 연소득 3,500만원 정도의 34세 전업주부로,  경제적으로 안정된 양육을 하기 위한 재취업을 고민하는 여성’이었다. 이 여성이 정부 지원 제도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는 순간부터, 최종적으로 지원제도를 신청하는 그 순간까지 경험 여정 맵을 작성해 단계별로 수요자가 느끼는 감정, 욕구 등을 자세하게 분석한다.

 

이런 단계를 거쳐 정리된 주요 문제점으로 수요자와의 접점이 있는 곳을 활용한 정확한 홍보, 단순 정보 제공이 아닌 수요자의 조건에 맞는 정보 제공, 원스톱 신청 및 서류 제출 등이 꼽혔다. 이후 발견된 문제마다 그에 맞는 개선 방향을 정리하였다.

 

경험여정맵은 서비스디자인의 대표적인 방법론 중 하나로 ‘수요자의 경험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시각화해서 이해하기 위한 것’이다. 주로 감성적이고 심리적인 만족도를 기준으로 단계를 구분하고 좋은지 나쁜지를 표시한다.

 

⓷ Develop :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

 

문제를 발견하고 규정한 이후에는 다시 한 번 구체적인 개선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단계에서는 가능한 모든 아이디어를 논의한다. 연계 부처별 앱 링크 제공, 연관 검색어 활용, 주민센터나 문화센터, 산부인과 등 생활접점 장소에 QR코드를 삽입한 홍보물 배포, 앱 공유 시 기부 포인트 적립, 맞춤 정보 알림 서비스, 지원제도 검색 기능 삽입, 애플리케이션에서 제출서류 및 신청서 바로 작성·제출하기 등 ‘일가정 톡톡앱’ 의 사용성을 개선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물론 이를 다 적용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산도 고려해야 하고, 여러 가지 실현 가능성도 타진해보아야 한다. 

 

국민디자인단 구성원들은 생각할 수 있는 모든 아이디어들을 내놓고 공유하면서 가장 현실성 있는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를 도출하고자 했다.

 

⓸ Deliver : 서비스 개선안

 

수집한 개선 아이디어 중에서 실현 가능성이 있는 것들을 추려 최종 서비스 개선안을 정리하는데, ‘다양한 온/오프라인 홍보접점 제공, 맞춤형 정보 제공, 착한 공유, 원스톱 수혜제도 신청’이 최종 개선안으로 선정되었다. 이렇게 만든 서비스 개선 시나리오를 토대로 장단기 추진 전략을 도출하는 것으로 서비스디자인 작업이 마무리된다. 

 

필요한 정보를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도록 검색기능과 개인별 맞춤 검색 기능 추가를 제안했다. 

 

즐겨찾기와 알림 설정을 할 수 있게 해, 필요한 정보를 그때그때 쉽고 빨리 찾을 수 있도록 했다.

 


신청 서류를 앱에서 바로 해당 부처에 원스톱으로 보낼 수 있으며, 앱을 공유할 경우 포인트가 적립되어 기부할 수 있게 만들었고, 링크를 걸었을 때 바로 앱을 내려 받을 수 있도록 개선했다. 

 

 

국민디자인단의 행보는 계속된다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윤성원 팀장은 국민디자인단의 가장 큰 성과와 의의를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참가자들에게 새로운 사고방식이자 접근법으로서의 디자인의 필요성을 경험하고 그 가치를 인식하게 한 것이다. 수요자 중심의 방법론인 서비스디자인이 공공정책 기획과 집행 전반에 걸쳐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2014년 국민디자인단 활용에 대한 호평에 힘입어, 2015년에도 국민디자인단 활동이 진행되고 있다. 2015년 3월, 중앙부처를 대상으로 국민디자인단 운영방식을 통해 정부3.0 대표과제를 수립하려는 기관의 참여 신청을 받았는데, 총 74개의 과제가 접수되었다. 행정자치부와 산업통상자원부는 정부3.0 국민디자인단의 온라인 투표와 전문가 심사, 정책 디자인 발표대회를 통해, 지난 4월 15일에 20개 과제 중 10개의 집중육성과제를 선정했다. 나머지 10개 과제는 자율추진과제로 관리될 예정이다.

 

작년의 경우 정부부처에서 과제를 정해놓고 미리 섭외한 공무원과 국민, 그리고 조언을 해줄 서비스디자이너를 참여시켰는데, 올해는 온라인 정부부처 과제 선호도 조사를 실시해 어떤 정책과제 개발이 필요한지 국민이 직접 결정하도록 했고, 시민을 비롯 서비스디자이너까지 참여 의지가 있는 이들을 공개 모집해 선정했다는 점이 다르다. 올해의 경우 국민디자인단 지원자가 1,700명이 넘었는데, 정책 참여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커졌다는 것을 증명하는 대목이다. 이렇게 자발적인 참여로 구성된만큼 보다 활력 넘치는 워킹그룹을 운영할 수 있으리라 예상된다.

 

올해 국민디자인단의 콘셉트는 ‘정책탐험대’다. 정책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딱딱한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재미있고 즐겁게 운영해보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작년의 경우 서비스디자이너가 조언자 역할을 하는 사람이었다면 올해는 팀 리더 역할을 한다. 하나의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워킹그룹에는 담당 부처 공무원, 국민, 서비스디자이너가 포함되는데, 서비스디자이너는 탐험전문가(탐험가이드), 공무원은 탐험공무원, 국민은 탐험대원, 그리고 전체 과제 총괄 디렉터 역할을 하는 텐지노그룹의 오영미 대표는 탐험전문가들을 위한 가이드, 탐험대장 역할을 하게 된다.

 

 

서비스디자이너는 ‘공감자’이자 ‘조율하는 사람’

 

국민디자인단 활동에서 서비스디자이너의 역할은 매우 크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국민디자인단 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텐지노그룹의 오영미 대표는 서비스디자이너의 역할을 “관련된 여러 분야 사람들의 의견을 조율하고 반영하는 퍼실리테이터(facilitator)로서, 통찰(insight)을 통해 문제 해결점을 찾아내고 뛰어난 ‘공감’ 능력을 발휘해 내외부의 수요자를 함께 아우르며 팀 활동에 영감을 불어넣는 사람”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그는 “‘수요자 중심’의 진정한 의미는 그 사람의 입장에 서서 바라보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전문가들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이 정책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듣고 서로 다른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서는 정책개발의 초기 기획 단계부터 관여하는 것이 좋다고 입을 모은다. 올해 두 번째로 시도되는 국민디자인단 활동에서 서비스디자이너와 서비스디자인 전문기업의 역량이 얼마나 발휘될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듯하다.

 

국민디자인활동이 아직은 초기 단계라 제약요소가 많다. 오영미 대표는 “서비스디자인 프로세스는 해당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매우 유동적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서비스디자이너의 경험 노하우와 충분한 조사 기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해줄 수 있는 자원이 중요하다. 현재는 국민디자인단을 통해 서비스디자인의 잠재력을 알리는 단계이기 때문에 심도 있는 서비스디자인을 진행하기에 시간, 자원, 인적자원의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국민디자인단 활동은 앞으로 단순한 ‘활동’이 아닌,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민디자인단이 지속적으로 활동하며 사람들의 인식을 변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국민디자인단은 이제 첫걸음을 떼었을 뿐이지만, 디자인이 ‘좋은 사회’를 만드는 일에 기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라는 사실을 증명할 좋은 예가 되리라는 기대를 품게 한다.

 

* 인터뷰·자료 제공 : 텐지노그룹(www.tanginogroup.com) 오영미 대표, 정주연 책임연구원

* 참고문헌 : <공공정책, 책상에서 현장으로>, 한국디자인진흥원, 2014

글: 전은정
오랫동안 다양한 잡지에 글을 썼고, 편집자로 단행본 만드는 일을 했다. 현재 생태전문 1인출판사 ‘목수책방’을 운영하고 있으며, 평소 관심을 갖고 있는 여러 분야에 대한 글도 기고하고 있다.


원문 : 디자인DB 국내리포트

https://www.designdb.com/?menuno=1432&bbsno=1286&siteno=15&page=35&act=view&ztag=rO0ABXQAOTxjYWxsIHR5cGU9ImJvYXJkIiBubz0iOTkwIiBza2luPSJwaG90b19iYnNfMjAxOSI+PC9jYWxsPg==&wri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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